Bill Kim's Life...

너를 보내던 그날내 안에 있던 내가천천히 사라졌다. 너 없인 더 이상머물 수 없는 자리였기에나는 나를 지우기 시작했다. 조각난 기억들 속에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내 마음 깊은 곳을 끝없이 물들였다. 그리고 어느새나는 낯선 얼굴이 되어잃어버린 나를 찾아 헤매지만 그곳엔 이미내가 없었다.

그 순간엔 몰랐다.서로의 온기가서서히 식어 가고 있던 걸. 웃음 속에 감춘 말들말하지 못한 그 수많은 밤들.우리는 그저 시간 속에 흩어져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너 없는 하루가 익숙해질 무렵,아무 일 없던 듯 건넨 한마디가가슴을 깊게 스며들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그 순간의 따스함이뒤늦게 조용히 내 안을 무너뜨렸다. 사랑은끝날 때는 조용하지만, 아픔은 늘 뒤늦게천천히 마음을 적신다.

창문을 열면낯익은 바람이 불어와잠시 너를 떠올린다. 아무 말 없이내 곁을 스쳐가던 바람 속엔너의 숨결이 섞여 있고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다. 바람은 지나갔지만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고,나는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아가만히 너를 추억한다.

조용한 저녁,창가에 기대어 앉으면너는 바람처럼 다가온다. 말 없이 웃던 그 순간들이내 안에서 조용히 피어나고,나는 다시 너라는 계절을 걷는다. 잊으려 하지만그저 잊히지 않기에 그래서 오늘도너를 그리는 시간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