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Kim's Life...

눈 한번 마주쳤을 뿐인데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주변의 소음도 사람들의 말들도전혀 들리지 않았어. 그 순간 우린서로를 바라보며묘한 침묵만 흐르고마음 속 어딘가 조용히 떨렸지. 말하지 않았지만우리는 알고 있었어. 단 한 번의 눈맞춤이모든 것을 전달해주는 것을. 그리고 깨달았어.그렇게 우리는 서로를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가끔아무 이유 없이네가 떠올라. 그날의 인사가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 시간이 흘러도너는 아직도 선명해. 사진 속 너는 웃고 있고나는 그 웃음을 다시 떠올려. 그렇게 나는너를 그리워하며전하지 못할 편지를 써.

너를 사랑했지만우린 너무 늦게 만났다. 나는 이제야 너를 원했고너는 이미 떠날 준비를 했다. 겨우 닿을 듯한 마음인데아무 말도 못 한 채 그렇게 흩어졌다. 붙잡고 싶던 그 순간조차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사랑이 모자랐던 게 아니라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렇게 나는 너를 보낸 후내 하루는 그리움으로 젖어든다.

시간이 흐를수록너는 멀어졌고,조각난 기억만 남는다. 작은 웃음, 짧은 인사스치듯 건넸던 손길 하나까지모두 내 안에서 조용히 흩어졌다. 그렇게 다 잊은 줄 알았는데불현듯 바람에 흔들려그 조각들이 다시 빛을 낸다. 아프고도 아름다워서나는 그 기억의 조각들을쉽사리 놓지 못한다.

말 없는 눈빛 속에마음이 스며들고 닿을 수 없던 감정은너의 숨결에 잠시 머물렀다. 그 짧은 순간 세상은 멈추고우리만 남았다. 아무 말 없이서로를 알아본 그때마음이 비로소 닿았다.

너를 잊었다 믿은 날바람이 불었다. 그저 스치는 줄 알았는데네 숨결처럼 느껴졌다. 낙엽이 흩날리고그 길 위에 조용히네 기억이 내려앉았다. 바람은 말이 없었지만너의 마음을 실어 나르고 나는 아무 말 없이그때로 돌아갔다. 그리움은 언제나이렇게 바람을 타고내게 온다.

사랑은 지나갔지만기억은 그대로다. 햇살 스치던 오후여전히 너의 목소리가바람에 섞여 돌아온다. 잊었다 말하면서도그날의 온도를 떠올린다.너의 눈빛,네 걸음,내가 놓지 못한 순간들. 그렇게 기억은 다정하지만때로는 몹시 괴롭다. 그러면서도 그때의 너를아직도 나는 그리워한다.

사랑의 처음은너의 눈빛 하나에도세상이 온통 밝았다. 서툰 말, 떨리는 손길그 모든 것이 전부였고그 시절의 우리는 그저서로에게 사랑의 이유였다. 하지만 사랑의 끝은그저 스쳐 가는 바람 같았다.애써 묻지도 않고애써 대답하지 않던 날들 결국 우리는같은 마음으로 시작해다른 마음으로 멀어졌다. 남은 건 처음의 설렘보다그 끝의 고요함이었다.